서로의 우주가 된 엄마와 딸 정시아 & 백서우

by Styler USA

엄마 정시아와 딸 서우는 그렇게 서로 닮아간다.

 

(정시아) 블랙 톱 원피스 NOTUS, 이어링과 링 EGNA JEWELRY, 슈즈 CONVERSE. (백서우)패턴 점프수트 TAO by KIDS LUXE, 옐로 컬러 무스비 신발 POSE GANCH, 삭스와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릴 때 모습만 기억하다가 훌쩍 큰 서우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매일 보는 데도 어느 순간 언제 이렇게 자랐지 하고 놀라요. 그래도 서우는 아직 엄마, 아빠 품이 가장 좋은가 봐요. 고맙고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곧 우리 품을 떠나겠지 싶은 생각에 애틋한 마음이 울컥 올라오기도 하고요.

(백서우) 유니크한 패턴의 후드 LUCKY TRY, 삭스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문 모델처럼 능숙하게 촬영하던걸요. 아무래도 이런 촬영이 익숙해서겠죠?
작년에 서우랑 같이 광고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하루 12시간씩 꼬박 이틀을 찍었어요. 그런데 싫은 내색은커녕 투정 한 번을 안 부렸어요. 그러니 다들 기특해하지만 엄마 마음은 또 다르잖아요. 고맙고 미안하면서 걱정도 되는 거예요. 서우는 거절하는 법, 싫은 감정을 잘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하는 그런 아이에요. 제가 먼저 “서우야 괜찮아? 힘들진 않아?” 물어봐도 “응 괜찮아” 하고 말아요. 그런 다음 “나는 연예인 절대 안 해” 하죠.

왜 하기 싫대요? 힘들어서인가요?
엄마처럼 매일 다이어트 하기 싫대요. 하하. 생각해보니까 제가 데뷔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더라고요. 그래서 관리하는 것 자체는 익숙한데, 잠깐 풀어지면 회복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그렇다 보니 평소에 식단 같은 것들을 조절할 수밖에 없거든요. 할아버지, 엄마, 아빠 모두 연예계 일을 하다 보니까 서우한테는 너무 익숙한 일상이라 오히려 호기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백서우) 레드 컬러 원피스 ICEBISCUIT, 데님 쇼츠 GUESS KIDS,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럼 서우의 꿈은 뭔가요?
화가요. 그림 그리는 게 정말 좋대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도 손장난을 참 좋아했어요. 조용히 앉아서 작은 손으로 뭔가를 끼적끼적 적곤 했거든요. 지금도 비슷해요. 손으로 무언가 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해요.

얼마 전 서우가 직접 쓴 그림책 «입체 보석 하트의 비밀»을 출간하기도 했죠?
아직은 서툰 솜씨지만 서우가 스토리라인을 구성해서 이야기를 쓰고 그림도 다 직접 그렸어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행복해하는 아이를 늘 응원만 해주다가 우연히 출판계에서 일하는 분과 연이 닿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죠. 크든 작든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선보인다는 것이 떨리면서도 긴장되는 일이잖아요. 그 과정 자체를 기쁘게 즐기는 서우가 대견하고 기특해요. 곧 서점에서도 판매할 예정인데, 함께 화보를 찍은 <주부생활>과 서우의 책이 같이 서점에 진열돼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묘한 기분이 드네요.

(정시아) 네온 그린 셋업 PSYCHOBEIBI, 라임색 슈즈 RACHEL COX, 심플한 이어링 ROAJU.

서우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뭔가요?
흠….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어.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완벽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 같은 말들이에요. 제가 그렇거든요. 긴장도 많이 하고, 자기 기대치가 높아서 스스로를 다그치는 타입이랄까. 전에는 일하면서도 자부심이나 만족감을 느낀 경험이 거의 없었어요. 남에게는 관대하면서 스스로에게는 참 야박하게 굴었죠. 그나마 긍정적인 성격이라 버티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앞도 뒤도 없이 맹목적으로 달렸던 시기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활발해 보이지만, 막상 나 자신은 한 번도 편했던 적이 없어요. 대본은 기본이고 애드리브도 미리 생각해 놓았다가 누가 툭 치기만 해도 입에서 바로 튀어나올 만큼 달달 외우고 갔으니까요. 서우가 저의 이런 면을 정말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뭘 하든 좀 편하게,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하면서 즐겁게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아이를 지지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했군요.
네, 그랬어요. 그런 서우가 요즘은 자기 말로 제 마음을 다독일 때가 있어요. 서우가 매일 일기를 쓰는데 화보 촬영한 날 일기장에(인터뷰는 촬영 이후에 전화로 진행했다), ‘화보 촬영은 솔직히 많이 힘들었지만 엄마가 20년 동안 어떻게 일을 했는지 알게 돼서 좋았고, 엄마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라고 썼더라고요. 저는 일을 하면서 한 번도 큰 성취감을 느낀 적이 없는데, ‘아, 꼭 엄청난 목표를 이뤄서가 아니라 20년 넘게 무언가를 꾸준히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편견 없는 아이의 시선이 때로는 절묘한 해답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정시아) 레터링이 들어간 화이트 티셔츠 YOCONUNU, 화이트 데님 스커트 COS, 핑크색 워커 DR.MARTENS.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것 말고 아이들과 자주 하는 것들이 있나요?
방송에서도 여러 번 말했는데, 저는 살림이나 육아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출산과 동시에 아주 자연스럽게 모든 중심이 제게서 아이들에게로 옮겨갔어요. 그렇다 보니까 일상 자체가 아이들이었다고 보면 돼요. 장롱 면허라 아이들 학교나 학원도 전부 걸어서 데려다주고 데려왔거든요. 그렇게 매일 10~30분씩 두 아이와 손잡고 산책하듯 동네 걸어 다니면서 그때그때 생각나거나 눈에 띄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또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일은 저도 꼭 같이 해봐요. 이를테면 준우가 배우는 피아노곡을 같이 연습하는 거예요. 혹시라도 틀리면 “그 부분은 ‘미’가 아니라 ‘파’야” 이렇게 바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요. 문제집도 먼저 풀어 보고요. 그게 뭐든 같이 해보고 필요한 도움이나 가이드를 확실하게 주는 편이에요. 준우도 서우와 비슷하게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어요. 터울 많은 동생도 잘 챙겨주고요. 올해 중1인데, 아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아빠 성향이 더 많이 보여요. 남편이 운동을 전공했는데, 준우도 요즘 농구에 푹 빠져 있어요.

크롭트 데님 셔츠와 데님 미니스커트 COMMON UNIQUE, 네크리스 JUDY AND PAUL, 이어링 DOROCY JEWELRY.

부모의 세심한 관심은 확실히 아이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 같아요.
정답은 모르지만,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저를 완전히 던지게 되더라고요. 문득문득 ‘엄마’ ‘아내’가 아닌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너무 자신을 잊고 사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아요. 그때는 그때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좋아요.

(정시아) 퍼플 실크 톱 DINT, 핑크 와이드 슬랙스 COS, 화이트 부츠 REKKEN, 이어링과 링 EGNA JEWELRY (백서우) 핑크 레더 스커트 IMOIMO KIDS, 레터링 화이트 티셔츠, 화이트 워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간이 꽤 늦었네요. 보통 하루 마무리는 어떻게 하나요?
저희 네 식구는 잠들기 전에 모여서 하루 동안 감사했던 일에 대해 꼭 얘기해요.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결국 행복하더라고요. 그건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어요. 올해 제 소소한 목표가 다시 나를 찾는 거예요. 잃어버린 자아 찾기
같은 건 아니고요. 요즘 저의 가장 큰 관심은 서서히 커가는 아이들과 적당히
거리 두기를 연습하면서 지금과 같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거예요. 두 아이가 크는 만큼 저도 같이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Editor KIM EUNHYANG
Photographer SONG SIYOUNG
STYLIST 정지윤
HAIR 소피아(제니하우스)
MAKE-UP 이한나(제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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