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아나운서 이정민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인생 2막을 걸어가려 합니다.”
KBS 아나운서 이정민이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17년을 함께한 직장에서의 퇴사, 결혼 후 열 번째로 맞는 생일, 그리고 결혼 10주년까지 이정민에게 2022년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으며 매 순간에는 늘 그녀를 응원하는 든든한 남편 박치열이 있었다.
그리고 5월의 어느 주말, 결혼 10주년을 맞아 이정민 & 박치열 부부가 특별한 인연들과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진행했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꽤나 능숙하게 포즈를 잡는 첫째 온유와 사랑스러운 막내 시온이까지 함께 하니 현장은 분주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결혼 10년 만에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한 소감 부탁드려요.
정민 10주년 리마인드 웨딩의 콘셉트를 ‘이 멤버 리멤버’로 잡았어요. 흔히 멤버들 간에 애정과 의리를 보여줄 때 이 멤버 리멤버라는 말을 쓰잖아요? 이번 리마인드 웨딩은 저랑 남편뿐만 아니라 저희 웨딩 촬영 담당해 주셨던 김보하 작가님부터 홍보 실장님, 메이크업숍까지 그대로거든요. 게다가 저희 웨딩 사진 촬영을 시작으로 제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만삭 화보랑 이후 가족 사진까지 줄곧 담당해 준 소중한 인연들이에요. 그래서 늘 감회가 새로워요. 작가님께 이번 리마인드 웨딩 촬영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시더라고요.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아이 둘이 함께 하는 부분이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촬영은 실제로 경험하니 어떤가요?
정민 역시 쉽지 않네요. 하하. 그래도 꼭 두 아이와 함께 하고 싶었어요. 어느새 열 살이 된 첫째 딸아이와 저희 부부가 오래 기다렸던 둘째 아기까지 함께 하니 완전체가 된 것 같은! 그런데 여덟 살의 나이 터울이 있는 아이들이라 확실히 케어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네요. 딸은 동생한테 관심이 쏠리면 토라지더라고요. 게다가 오전 11시에 낮잠 시간인 둘째는 졸음 알람에 맞춰 어찌나 울던지. 어르고 달래서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두 분이서 촬영하거나 중간중간 자리를 비울 때엔 첫째 아이가 동생을 꽤 능숙하게 안고 놀아주던데요?
정민 둘째한테 관심이 쏠리는 걸 질투할 뿐이지 동생을 정말 애정하고 아껴줘요.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럽단 말이죠. 작년까지는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는 외동이었다가 동생이 생기고 부모의 관심과 신경이 동생한테 쏠린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저희 부부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살피려고 더 노력해야죠.
리마인드 웨딩을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인지, 또 남편분의 반응은 어땠나요?
정민 신혼 때부터 10주년 결혼기념일에 맞춰 리마인드 웨딩을 하자는 얘기를 자주 했어요.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관계를 위해서도 부부 사이에 이러한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남편도 거부감이 없었어요. 오히려 10년을 넘게 저와 함께 하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방송 출연도 하다 보니 이런 자리에 꽤 능숙해진 듯해요. 오히려 제 드레스에 비해 본인 턱시도는 왜 한 벌뿐인지 묻더라고요.
치열 장시간 사진을 찍는 일이 대다수의 남편들에겐 힘든 일일 수 있잖아요? 저 역시 살짝 부담이 있었지만 10년간 제 옆에 든든하게 있어준 아내에게 보답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흔쾌히 촬영했습니다.
생일에도 꽃바구니와 근사한 곳에서의 식사 등 이벤트 요청을 묵묵히 들어준다고 하던데요.
정민 제 생일이 5월 12일인데다 결혼기념일이 5월 26일이어서 5월에 기념일들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맙게도 남편은 제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항상 따로 챙겨주고 있죠. 올해는 각자 개인 스케줄에다 리마인드 웨딩 촬영 준비까지 모두 겹치는 바람에 하루에 몰아서 데이트를 했어요. 매년 받는 꽃다발인데도 늘 기분이 설레요. 케이크 위에 초가 늘어날수록 배려와 사랑이 깊어지는걸 서로 느끼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고요.
최근 kbs를 퇴사하고, 결혼 10주년까지. 이정민 아나운서에게 올해 5월은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은데 개인적인 소회가 어떤가요?
정민 둘째 육아까지 더해지니 앞으로 데일리로 편성된 프로그램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퇴사까지 생각이 이어지더라고요.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지만 실감이 나지도 않고 기분이 싱숭생숭했어요. 특히 여의도는 벚꽃 명소잖아요. 봄이 되면 출퇴근하면서 자연스럽게 벚꽃을 보고 봄이 왔다는 걸 체감했는데 올해는 아기 육아 때문에 여의도에서 벚꽃을 보지 못했어요. 오랜 시간 당연하게 맞이했던 순간들의 부재를 맞닥뜨리니 어색하기도 하고 심경이 복잡하더라고요. 그래도 남편과 주변 지인들이 적극 응원해 준 덕분에도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퇴사 후 5월을 더욱 바삐 보내기도 했고요.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부부 관계에도 변화가 있던가요?
정민 믿기 어렵겠지만 요즘은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오래 기다렸던 둘째가 어렵사리 저희에게 찾아와주었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보고 웃으며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는 게 즐거워요. 오늘은 아이가 혼자 힘으로 두 발로 섰다든지, 드디어 아랫니가 나왔다는 얘기를 하는데 10년 전, 첫아이를 가졌을 때의 감정이 문득문득 떠오르더라고요.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그래서 요즘 지인들을 만날 때 여력이 된다면 아이를 낳는 걸 추천하고 다녀요. 하하.
서로 드레스와 수트를 입은 서로의 모습을 보니 어떤가요?
정민 저는 남편을 보니 세월이 체감되면서 울컥했어요. 남편은 자기관리를 투철하게 하는 사람이라 몸무게도 결혼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없고 나름 동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새치가 희끗희끗 보이는데 이 사람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더라고요.
치열 저도 오늘 촬영한 사진을 보니 제가 나이 든 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내는 10년 전보다 더 우아해지고 여신 같은데 말이에요.
“진짜 내 편이구나” 실감하는 순간이 있다면요?
정민 저희 둘 다 교회를 다니는지라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널 위해 기도할게.”, “잘 해결될 수 있게 기도해 줄게.”라는 말을 해요. 그런 식으로 항상 제 편을 들어주면서 공감하고 위로해 줄 때가 고맙고 든든합니다.
치열 아내는 언제나 늘 제 편이라는 생각을 해요. 일상에서의 어떤 순간을 하나 꼽자면 병원에서 힘든 수술을 마치고 지친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을 땐 아내가 건네주는 위로의 말들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말 한마디에도 이 사람이 내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10주년 결혼을 추억하기 위해, 기록의 의미로 오늘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정민 ‘새로운 출발’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작년에 둘째 아이를 낳게 되면서 공교롭게 아기까지 10주년 리마인드 웨딩에 함께 하게 되었어요. 넷이서 함께 사진을 찍으니 비로소 완성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드레스와 수트를 맞춰 입으니 리프레시 되는 것도 있고요. 앞으로도 함께 더 성숙한 자세로 10년, 20년 함께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ditor 안수지
Photographer 정석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