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아 ·허남훈 부부는 그간 밴 라이프, 프랑스 시골, 서울과 제주 복수 거점의 생활처럼 다양한 주거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실험하고 관찰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들의 삶에 질문을 던진다.
여느 부부가 생각지 못하는 거주 방식을 선택해왔어요. 보편적인 주거 방식에서
벗어난 이유가 있을까요?
무거운 주제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좀 더 세밀한 질문을 던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남훈 씨는 항상 질문이 많아요. 10여 년 전 저에게 항상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물었죠. 저는 여행을 하고 싶고,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 뒤를 이어 노래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는 함께 떠나자고 했고, ‘르쏭뒤꾸쁠르(le son du couple, 커플의 소리)’라는 프로젝트명을 짓고, 30대 초반이었던 2013년에 난생처음 배낭을 메고 78일간 유럽 11개국 25개 도시를 여행했어요. 그렇게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며 그 순간에서 받은 영감을 책으로, 영상으로, 음악으로 기록하고 만들게 되었어요. 거주 방식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밴에 살았고, 프랑스 시골에 살았고,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살았어요.
마음먹는 것보다 실천하는 일이 더욱 쉽지 않죠.
밴 라이프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어느 날 아침을 먹다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우리는 지금을 희생하고 미루는지 그가 궁금해했죠. 그날부터 6개월 가까이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코펠로 밥을 해 먹고, 월세로 살고 있던 집을 내놓았어요. 밴을 구입할 여유가 없으니 밴 제조 업체에 제안서 메일을 보내 협찬을 받았어요. 그렇게 집 없이 캠핑카로 국내를 떠돌며 1년을 살았어요. 그 시간동안 물건이나 만남을 취하는 방식을 시작으로 여러 질문을 건졌어요. 프랑스 무샹은 프랑스인 친구가 고 있어서 6년 전 처음 방문했던 곳이에요. 꿈에 그리는 파라다이스를 만난 것 같았어요. 루아르강으로 흐르는 작은 물줄기를 끼고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방앗간을 개조한 바와 콘서트 룸, 넓은 정원과 전문 장비들이 구비된 음악 녹음 스튜디오와 게스트를 위한 레지던시 공간까지 있었어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도 함께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초기에 그들 곁으로 다시 돌아갔어요. 온전히 우리 둘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버킷리스트 중에 ‘시골에 살아보기’ ‘마당 가꿔보기’ ‘벽난로가 있는 집에 살아보기’ ‘프랑스에서 살아보기’ 등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이루게 된 때이기도 했어요. 이후 제주의 구옥에서 사계절, 1년을 보냈어요. 미팅 등의 업무를 보기 위해 한 달 중에 짧게는 하루에서 사흘, 길게는 일주일 정도를 서울에서 보냈죠.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저희에게 가장 잘 맞는 거주 방식을 하나만 꼽으라면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떻게 살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거주 방식 끝에 어떤 질문에 도달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생활이 일의 방식이나 직업의 유형을 바꾸게도 하니 사회적으로는 매우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되었죠. 둘이 원하는 일상을 자주 의논해야 하기에 거의 매일 수다를 빙자한 회의, 회의를 빙자한 대화를 이어가요. 지금 도달한 질문은 떠돌면서 머물 수 있는, 나무처럼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되 유연하게 흐느적대면서 계절과 날씨, 바람을 만끽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것이에요.
주위 가족, 친구와 한 뼘 멀어진 삶에는 더욱 돈독한 두 사람의 관계가 필요할 거라 생각해요.
‘제게 집은 남편인 남훈 씨’예요. 그 어떤 집보다 안정과 안전과 사랑과 희망, 행복을 주니까요. 거북이처럼 항상 집을 갖고 다니기에 천으로 된 집이든 허름한 유럽의 여관이든 게스트하우스나 친구 집, 어디서든 쉽게 마음을 쫙 펴고 쉬거나 자고 머물 수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함께 있는 곳 어디든 집이 되는 상태가 되었어요. 결국은 같이 하기에, 함께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어요.
새로운 거주 방식을 실험해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전한다면요?
남훈 씨는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 위해 몇 년을 준비했어요. 간절히 원했기에 스스로 선택하고 얻은 기회였죠. 수면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오리의 발이 얼마나 바쁜지 보지 않으려 하면 보이지 않죠. 제주와 서울을 오간 일 년도 마찬가지였어요. 서울 전셋집을 그대로 두고 연세를 구했으니 이중으로 생활비를 내야만 했고요. 그럼에도 해야 했어요. 공상만 하며 무엇이 내게 맞고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아낼 수는 없으니까요. 어느 시기보다 많은 사람이 간절함을 품고 살아요. 계획의 의미를 재정비해야 할 때고요. 저마다의 다양한 거주가, 생활이 넘쳐나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런 실험을 해나가는 멋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제주의 기록도 정리 중이겠죠?
제주에서 보낸 사계절을 ‘사계 연작’이라는 이름으로 계절별 순차적인 기록, 책을 내보이고 있어요. 첫 번째, 겨울 이야기 ≪Conte D’Hiver(꽁트 디베흐)≫는 출간되었고, 두 번째 봄 이야기인 ≪Conte D’Printemps(꽁트 드 쁘렝땅)≫은
막바지 작업 중이에요.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올 때 출간할 거예요. 그리고 제주에서 만든 노래를 싱글 음원으로 릴리즈할 계획도 있습니다. 빛이 보일 때까지 멈추지 않으려고요.
Contributing Editor 유승현, 김희성
Photographer 박순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