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에서 산 메밀로 차를 끓이고 아이허브에서 직구한 올리브 오일도 샐러드를 만든다.
오늘도 문 앞엔 육지에서 온 택배가 쌓여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제주 살림
파란 바다를 보며 모닝커피를 마시는 제주 살림의 낭만 뒤에는 쇼핑할 곳이 마땅치 않아 자연스레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웃픈 현실과 높은 배송비와 인건비를 지불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
결혼 6개월 차, 우리 부부는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왔다. 매우 즉흥적인 선택이었고 그 대가는 제법 혹독했다. 택배 박스 30여 개에 실려온 이삿짐은 한 달여간 가구가 없어 풀지 못했고, 꽤 오래 방치된 집을 구했던 터라 도배부터 싱크대, 화장실 수리까지 할 일이 태산이었다. 2~3개월간은 매일 둘이서 붙어 앉아 집을 집답게 가꾸는 일에 전념했다. 가구를 살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온라인 숍을 뒤적이기 일쑤였지만 도서산간 지역 배송 불가인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나는 도서산간에 살고 있었다. 홈페이지를 보고 고른 이케아 가구들이 배송된 날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집 안에 구획과 골조가 생긴다는 기쁨도 잠시, 침대부터 옷장, 화장대, 책장, 테이블과 의자를 조립하는 고행길의 시작이었다. 무엇이든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고단한 날의 연속이지만 그로 인한 살림 재미도 쏠쏠하다. 집 앞 수협의 생선 가게 사장님께 전화 한 통을 드려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구하고 오일장에서 산 나물을 무쳐 먹는다. 지난봄엔 길가에 무성한 고사리를 따는 재미에 빠졌고, 직구나 그로서리 마켓에서 향신료도 제법 구매해뒀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땐 친정집에서 보내준 장아찌와 김치, 햇반으로 연명했는데 새삼 도민다워진 찬장에 감회가 새롭다.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음식과 술을 곁들이느라 주량이 늘었다. 늦은 밤엔 친한 식당 사장님께 받은 스다치(초귤)를 잘라 만든 칵테일을 마신다. 제주는 오늘도 무엇이든 내 손으로 해낸다는 책임감, 약간의 넉살과 부족한 세간을 해결할 지혜를 가르친다.
나는 이 물건의 n번째 주인입니다
제주는 배, 비행기로 모든 물류를 수송하기 때문에 물건이 귀하다. 특히 부피가 큰 가구, 전자제품은 배송이 어렵다. 혹 배송이 되더라도 비싼 물류비를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도민과 이주민이 당근마켓이나 맘카페를 애용하고 중고 물건을 사고판다.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집에서 사용하던 자개장, 등가구 등 멋스러운 빈티지 가구나 카페, 숙소에서 얼마 사용하지 않은 테이블, 의자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점은 좋다. 다만 아파트, 빌라 고층에서 물건을 내리는 일이나 집까지 배달할 트럭을 구하는 일은 직접 해결해야 한다.
더딘 택배와 배달 없는 삶
근래 그로서리와 소품 숍이 늘고 있지만 쇼핑몰과 백화점이 없고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의 수가 매우 적은 제주에서는 온라인 쇼핑을 자주 하게 된다. 택배는 배를 타고 오기 때문에 육지보다 하루, 이틀 더 소요되는데 이 또한 비바람 앞에는 속수무책이다. 쿠팡 로켓 배송도 매한가지다. 제품을 받기까지 이틀하고 반나절 정도가 소요되는 편이며 아직 배송 서비스가 되지 않는 지역도 제법 있다. 그럼에도 가장 편한 건 역시 쿠팡 로켓 배송이다. 도서산간 추가 배송 비용이 없으니 말이다. 배달 음식의 경우 시내를 제외한 지역은 5000~10000원의 배달비를 요구한다. 더욱이 배달이 되지 않는 식당이 훨씬 많기 때문에 요리하는 삶에 익숙해져야 한다.
벽보와 지역지로 집 구하기
월세, 전세가 적고 연세 계약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한달살이, 일년살이 붐으로 연세마저 매물이 많이 없는 상황. 온라인 부동산 어플보다는 거리나 가게 유리마다 붙은 벽보, 지역지 또는 무료로 배포되는 오일장 신문을 참고해 집을 구하는 편이 빠르다. 이주를 앞두고 있다면 주기적으로 제주에 내려와 실물을 직접 보고 선택하는 편이 낫다.
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하는 이사
제주는 신이 많다. 그래서 신과 관련된 설화, 관광지도 여럿 존재한다. 이사 역시 신들이 하늘에 올라가 비어 있는 기간인 ‘신구간’에 하는 전통이 있다. 음력 정월 초순경(보통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인데, 이때는 매물도 없고 이사나 집수리 비용도 천정부지로 오른다. 제주 이주 계획을 세운다면 신구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여러 번의 결혼식
제주 음식 대부분은 잔치와 연결돼 있다. 고기국수마저도 잔칫날 고기를 먹고 남은 육수에 면을 삶은 데서 기인한다. 결혼식을 앞두고도 양가 부모님, 조부모님의 마을을 돌며 서너 차례 잔치를 한다. 젊은 예비 부부들과 친구들의 문화도 재밌는데, 결혼식을 앞두면 주위 친구들이 카카오톡 등 SNS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온라인 청첩장 이미지로 바꿔준다. 좁은 지역에서 결혼식 준비로 바쁜 친구를 대신해 결혼 소식을 알리며 크게 축하해주는 것이다.
오일장과 그로서리
제주를 여행할 때 유명한 관광지, 카페, 다이닝 같은 핫 플레이스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오일장에 꼭 들르길 추천하고 싶다. 제주 전 지역에서 날짜를 바꿔가며 오일장이 열리는데 제철 해산물은 물론, 제주에서만 나는 채소와 나물을 바구니에 담아 파는 할망들을 만날 수 있다. 살림을 하는 이주민에게도 갈 때마다 새로운 자극이 된다. 장마당에서 구입한 식재료는 최근 제주에 늘어가는 그로서리와 직구를 통해 구입한 오일, 소스, 소금 등과 배합해 요리한다. 볶고 튀기는 복잡한 조리법 대신 간단히 데치거나 무쳐 먹는 것이 훨씬 좋다. 맵고 짜고 단 맛은 없지만 재료가 지닌 깊은 풍미와 신선함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원주민의 오일장과 물 건너온 신문물인 그로서리가 자연스러운 하모니를 이루는 건 제주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전기장판과 제습기
여름엔 습도, 겨울엔 추위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제습기는 제주의 필수 가전템인데, 습도계에 뜬 70~90%의 숫자를 보면 방마다 설치하게 된다. 또 바닷바람과 습도의 영향으로 가전제품 수명이 육지보다 짧아 최신 제품을 사기보다 가성비, 내구성을 기준으로 고르는 성향이 있다. 제주는 도시가스 대신 LPG가스 혹은 등유로 난방하는 집이 많다. 만약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 가스보일러를 펑펑 틀면 50만~60만원의 요금이 적힌 고지서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초가을부터 마트에 나오는 전기장판을 꼭 구비해야 한다.
이 섬에 무해한 일상을 연구합니다,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 이경미
쓰레기와 탄소 배출로 몸살을 앓는 제주에서 미니멀한 살림은 가족의 건강과 환경을 지켜준다. 여유로운 시간은 덤이다. 무언가를 새로이 구입하기보다 집 안 물건의 새로운 쓸모를 부여해주는 일에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시작한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제주를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행객이 버린 쓰레기가 산을 이룬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연과 자신 그리고 가족에게 무해한 살림을 꾸려야 하는 미션이 도민들에게 주어졌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제로웨이스트 숍으로 향한다. 지구별가게는 제주도에서 몇 안 되는 제로웨이스트 숍이다. 사회적경제기업 ‘함께하는그날’이 운영하는 곳으로 유리 빨대, 비누, 고체 치약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여느 제로웨이스트 가게와 같지만 휴지를 대신하는 면 와입스, 다회용 생리대처럼 그들만의 제품을 개발해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도 모색한다. 함께하는그날이 처음부터 제로웨이스트 사업에 뜻을 둔 것은 아니다. 그 시작은 생리대가 없어 등교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마을의 몇몇 사람이 모여 재봉질로 면 생리대를 만들던 때로 거슬러간다. 의약외품인 면 생리대를 생산, 판매하기 위해서는 식약청 허가에 준하는 생산 시설이 필요하기에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봉사가 비즈니스로 진화하니 사업을 지속할 아이템이 필요했어요. 우선 우리의 삶을 살폈죠. 면 와입스는 생리 시 휴지 대신 사용할 제품으로 고안했어요. 실은 오래전부터 제가 만들어 사용하던 거예요. 입이나 손, 테이블 위 등 무언가를 닦을 때 사용했죠. 면 휴지라 부르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한 번 쓰고 버릴 듯싶었어요. 물티슈에서 착안해 와입스라 이름 지었죠.”
그에게 제로웨이스트 상품 개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장을 볼 때면 그릇이나 천 가방을 가져가 음식, 채소를 담아 오곤 했다. 제로 웨이스트는 그저 몸에 자연스럽게 밴 습관의 다른 이름이다.
“바다와 길에 쌓인 일회용품, 쓰레기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그렇다고 화만 내고 있을 순 없어 대안을 제시하게 된 거죠. 우리가 언제부터 ‘일회용’을 생산하게 되었을까? 일회용 청소포, 물티슈, 수세미와 키친타월이 왜 생필품이 되었을까? 가끔 반문하게 돼요. 다회용 물건을 개발해야 하다니. 다회용이 일상적이고 일회용이 비일상적인 물건이었는데 말이죠. 역설적이지만 제가 개발하는 건 행주, 걸레예요. 이게 무슨일인지.” 함께하는그날은 시대를 거슬러 오르듯 오랫동안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도 쓸 수 있는 물건을 개발한다. 그리고 이경미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물건보다 습관을 키우는 데에 집중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물건은 습관을 교정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 흔한 카카오톡도 하지 않던 그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고 팔로워 2만 명을 모았다. 그간 자신이 어떻게 장을 보는지, 일회용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커피를 내려 마시는지 끊임없이 소개했다.
“사람들은 폐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한 가방을 보며 박수를 쳐요. 하지만 전 ‘가방은 이제 페트병이 아닌가? 미세플라스틱 안 나와? 그 가방의 다음은 무엇이지?’라는 고민이 앞서요. 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거잖아요.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일이죠.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그간 불필요한 물건을 리퓨즈(거절)했고, 소비를 리듀스(축소)했어요. 리유즈, 리사이클에서 리필을 하다가 이제는 리페어를 하는 일상을 확산시키고자 해요. 조금만 고치면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이 참 많죠.” 제주 어른들의 검소한 삶을 닮아간다. 일회용 봉투를 물로 세척해 재사용하고 식당에서 받은 뒤 사용하지 않은 냅킨은 차곡차곡 모았다가 필요할 때 쓴다. 도민뿐 아니라 관광객의 실천에도 힘쓰는데, 제주관광공사와 협업해 제주에 자국을 최소화하는 여행도 준비 중이다.
“제주는 관광으로 소비되는 지역이니 도민뿐 아니라 여행객의 노력도 필요해요. 통계를 보면 우도 거주민들은 제주 도민의 반절 정도 소비해요. 도민도 소비가 적은 편인데 말이죠. 무엇이든 자급자족하세요. 근데 하루에 몇천 명씩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참 많은 쓰레기를 배출해요. 제주관광공사와 제로웨이스트 마을 관광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에요. 개인 목욕용품을 챙겨 오거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 다회용 어메니티를 받아 여행을 시작하는 식이죠. 일회용 어메니티 사용을 줄이는 노메니티 운동이에요. 또 제주까지 비행기를 타며 남긴 탄소발자국을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프로그램을 더해 조금이나마 대체해보고자 해요. 계속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줍다 보면 제주는 지금과는 다른 얼굴이 되겠죠.” 그는 인터뷰 말미에 작은 반복의 힘을 믿으라고 했다. 한 사람이 쓰레기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빨대, 일회용 젓가락, 봉투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도민과 관광객을 가를 것 없이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일회용품의 사용을 지양하고 거절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Her Life Tip in Jeju
이경미는 제로웨이스트 습관을 들이려면 일련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이 무언가를 꺼내거나 세척하는 대신 연결된 동작으로 하나의 물건을 사용할 때 비로소 습관이 된다. 그러면서 와입스를 티코스터로 사용한 뒤 테이블을 닦고 비누를 묻혀 컵을 세척하는 수세미로 사용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외출 시 물티슈 대신 챙겨 나가는 와입스는 돌아와 손을 씻을 때 함께 세척하고 햇빛에 살균한다. 물건을 더 구입하기보다 생활을 간소화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권한다.
취향, 입맛에 따른 다국적 살림, 마켓꼰비니 김은경
한치, 달치처럼 육지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생선과 루콜라, 무화과처럼 싱그러운 채소, 과일을 맛볼 수 있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에 감칠맛을 지닌
이국적 향신료를 더하면 제주의 식탁은 더욱 풍성해진다.
이탈리아 요리학교에서 공부하고 10년 넘게 셰프로 일하다가 서울에서 이탤리언 다이닝 나조앤골라를 7년여 운영한 셰프 김은경. 5년 전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의 안온한 삶도 좋지만 때때로 주방이 그리웠던 그는 요리에 대한 욕구를 해갈하고자 마켓꼰비니를 열었다. 와인과 오일, 치즈 등을 판매하는 마켓꼰비니는 작업실 겸 쿠킹 클래스 공간 쿠치나꼰비니를
품고 있다.
“제가 다이닝을 운영하기엔 젊고 기발한 셰프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지난 시간 동안 쌓은 경험, 노하우를 살릴 수 있으면서 음식과 관련된 공간을 고민했어요. 그게 지금의 마켓꼰비니예요. 제가 마셔본 와인, 좋아하는 오일, 맛있는 소스 등을 선별해 판매하죠.” 제주에 해외 식료품을 판매하는 대형 마트가 제법 있지만 데체코 올리브 오일처럼 보편적으로 알려진 제품이다. 그래서 요리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은 구매대행을 하거나 시간을 내어 일본이나 부산으로 쇼핑을 떠나기도 한다.
“제주에는 멋, 맛에 대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고 예술성을지닌 분들이 많아요. 여러 편집숍이 앞다투어 사브르 커트러리를 소개하기 이전부터 직구해서 쓰셨던 분도 있고요.”
마켓꼰비니의 손님은 둘로 나뉜다. 제주에서 직접 다이닝을 운영하는 셰프, 요리 연구가처럼 요리에 일가견 있는 전문가나 마니아 혹은 요리 초보자다. 그만큼 그의 셀렉션은 섬세하고 설명은 자상하다.
“스파클링 와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손님들도 종종 찾아오세요. 해외 식재료가 친숙하지 않은 분들이죠. 그런 분들에겐 파스타 면을 삶을 때 패키지에 적힌 시간보다 몇 분을 더 삶아야 맛있고, 물 1L당 소금을 몇 g 넣어야 할지, 1인분의 파스타를 만들려면 얼마만큼 건면을 잡아 넣어야 할지 상세히 설명해요.” 코로나19가 심각해지기 전엔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 라스칼라의 셰프 체카토 마우리지오, 스페인클럽의 셰프 이세환을 초대해 손님들의 식경험을 넓힐 수 있는 쿠킹 클래스도 열었다. 쿠킹 클래스가 어려워진 요즘, 온라인을 통해 손님들에게 요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마켓꼰비니 계정(@market_convini)에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파스타 요리법이나 재료 관리법을 소개한다. 어렵고 복잡한 요리법 대신 숭덩숭덩 썰고 간단히 볶아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때로는 제주의 해산물, 과일,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법도 알려준다. 또한 마켓꼰비니 매장에서 응대하는 순간이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올릴 때에 맛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하드 치즈 셀렉션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치즈 보관법, 파스타 요리 후 남은 치즈를 갈아 빵가루와 섞어 튀겨 먹는 요리법 등을 알려주는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와인을 예로 들면 고양이 오줌 맛이라는 어려운 표현보다 누룽지 사탕에서 단맛을 뺀 맛처럼 쉽게 설명하고자 해요. 마켓꼰비니에는 대형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들도 있어요. 다만 마트에선 누가 설명해주지 않잖아요. 패키지가 예뻐서 사는 경우도 있고요. 입맛에 안 맞으면 한입 먹고 처지 곤란이 되죠. 적어도 마켓꼰비니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행여 실패하더라도 다음번에 방문했을 때 다른 취향의 식재료에 도전해볼 수 있으니까. 제가 요리 초심자분들께 길잡이가 되어드리는 거죠.” 5년 전 그가 제주에 왔을 땐 루콜라 하나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배달, 배송 문화가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지금 제주는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없다.
“서울에서는 하루 12시간씩 쉬는 날 없이 일했기 때문에 정작 저를 위한 음식을 해본 기억이 드물어요. 제주에서는 시간도 여유롭고 요리에 대한 의욕도 강렬해졌죠. 택배비만 지불하면 전 세계에서 먹고 싶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데다가 신선한 해산물이 늘 눈앞에 있어 오히려 더 많은 식경험을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제주에 그로서리도 많아졌다. 오너의 안목, 입맛이 더욱 중요해진 요즘이다. 마켓꼰비니는 이 문제를 정공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오픈 3개월 차쯤 시장 조사 차원에서 참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어요. 그만큼 제주에 그로서리도 늘었죠. 대용량으로 주문해 쌓아두면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게 사실이에요. 제주 내 대형 마트들이 지금 취하는 마케팅 방법이기도 해요. 인기 있는 치즈를 저렴한 가격에 미끼 상품으로 판매해요. 하지만 저는 맛있는 음식을 신선하게 팔고 싶어요. 대신 단독으로 받을 수 있는 식재료를 찾고 있어요. 물론 맛도 보장되어야 하죠. 아티장 비스킷은 제주 내에서 저희 매장에서만 판매해요. 경쟁이 가열될수록 마켓꼰비니 셀렉션은 좋아질 거예요. 좀 더 찾기 힘든 것들을 구하게 될 테니까요. 이런 게 셰프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하. 여행길이 자유로워지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 가서 직접 수입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저만의 무기, 색깔이 있는 매장으로 키우고 싶어요. 맛있고 검증된 식재료를 팔면서 계속해서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꿀팁들을 소개하려고요. 마켓꼰비니가 믿고 들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Her Life Tip in Jeju
제주의 신선한 해산물과 이국적인 오일, 소스 등이 어우러지면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먹는 고급 요리 못지않게 근사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요리 과정은 간소화하고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것이 핵심. 최근 마켓꼰비니에는 제주 여행 시작에 앞서 보틀숍에 들러 와인을 구입하는 손님이 많은데, 먹고 싶은 해산물이나 요리, 와인의 맛을 셰프 김은경에게 이야기하면 그에 어울리는 와인, 식재료, 조리법을 추천해준다.
제주 살림 가게
미감 좋은 그릇, 그립감이 좋은 팬은 주방에 머무는 시간을 길어지게 만든다. 하루, 한 달, 일 년 그 얼마를 제주에 머물더라도 꼭 들러봐야 할 살림 숍들을 소개한다.
집의기록 상점
에그타르트와 콘타르트로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 겸 리빙 소품 숍이다. 피크닉이나 하이킹, 캠핑에 적합한 스위스 어드밴스의 커틀러리, 알록달록한 야채 필러, 오로라 티슈 케이스처럼 동화적이고 낭만이 묻어 있는 제품을 선별해 판매한다. 앙증맞은 고양이 코스터나 디즈니 티포트처럼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제품이 많아 빵 사러 갔다가 두 손 무겁게 나올 확률이 높다.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일주일에 나흘, 그것도 오후 1시에서 5시까지만 열기 때문에 여행 중 방문 일정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 좋다.
house_rec.store
온도
도예를 전공하고 분청과 크랙라인 작업을 주로 하는 부부(아라도예)는 그들의 그릇을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픈 마음을 담아 생활자기를 제작하고 온도를 열었다. 온도의 그릇은 단단하고 소박한 생김새가 제주를 닮았다. 면기, 디저트 볼, 다관 등 다양한 그릇을 만드는데, 눈에 보기 좋은 만큼이나 쓰임이 좋은 그릇을 만들고자 두 사람은 기계 없이 100% 수작업으로 그릇 성형을 한다. 이들의 이러한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육지에서 온라인 주문도 많다. 제주의 이야기를 담은 그릇을 꾸준히 연구하고 싶다고. ondo_ara
생활도구점
이름처럼 생활에 밀접하게 사용되면서 일상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을 소개한다. 그렇다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닌, 워터소일템프의 식기, 김지혜의 즐거운 컵 시리즈, 오자크래프트의 인센스 홀더처럼 색깔이 확실한 공예 작가들의 아이템 위주로 구성했다. 분나나 바치하우스처럼 퀄리티를 보장하는 브랜드 제품도 함께 셀렉트했다. 여기에 공간을 기분 좋게 채워주는 디퓨저나 인센스 스틱 등의 발향 제품도 함께 구성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여행지의 소품 숍에 들러 그릇과 발향 제품을 구입했던 대표의 취향과 안목이 녹아 있는 숍이다.
livingstuffstore
아워키친
한달살이나 일년살이 중 예쁜 그릇이 필요하다면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할 곳. 제주 내 리빙 편집숍이 드물던 5년 전 문을 열었다. 그릇 위주로 판매를 시작했던 숍은 현재 국내외 그릇은 물론 톤 체어, 카페트, 볼가 바구니, 포스터 액자 등 인테리어 오브제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제주도 내 가장 다양한 제품 구성을 자랑하는 만큼 도민은 물론 여행 올 때마다 방문하는 육지 단골손님도 많다. 현재도 노력 중이지만 제로웨이스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의 가짓수를 더 늘리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love_ourkitchen
블랭크 테이블
유럽 앤티크 찻잔과 접시 그리고 빈티지 소품을 판매한다. 모두 생산된 지 50년에서 100년 이상 된 제품들로 대중적이고 유행하는 브랜드, 스타일보다 이 세상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혹은 마지막 남은 제품을 소개한다. 앤티크 찻잔이 지닌 화려한 컬러와 패턴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사람마다 생김새, 성격이 다르듯 찻잔 역시 두께, 모양, 색감, 패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판매 중인 제품에 대한 정보는 블랭크 테이블의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blank_table)에서 확인 가능하다. _blank_table
Contributing Editor 유승현
Photographer 김흥수, 박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