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그린무브

by Styler USA

늘어나는 쓰레기와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만큼 안온한 일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움직임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변화는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에서 시작된다.

헌 옷과 전자제품 쓰레기가 산처럼 뒤덮이고 플라스틱 쓰레기는 섬을 이룬다. 우리가 마시는 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담겨있고 성능 좋은 마스크도 초미세먼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코로나19, 폭염과 긴 장마, 산불, 폭설 등의 이상기후,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지구를 함부로 대했는지 절감하는 요즘이다. 올해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기후가열화, 기후재앙, 넷제로(탄소중립), 기후위기, 환경불안 등의 단어가 새로이 등재됐다. 언어가 삶을 드러내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자성의 목소리가 커져간다. 정부, 기업, 개인을 막론하고 자연과의 깨어진 연결고리를 회복함으로써 본래의 지구로 회귀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전의 극단적 환경운동과는 다르게 더 포용적이고 실험적이며 그 결과가 세상에 가감 없이 공유된다. 그 누구라도 오늘부터 시도해봄직한, 전 세계적으로 번지는 친환경 움직임들을 살펴봤다.

소비 없는 삶을 지향하는 프리건
많은 사람들이 매일 아침 주방과 거실의 전등을 켜고 커피를 한잔 내리거나 아침 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샴푸와 보디워시로 샤워를 한 뒤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엔 저녁 찬거리 장을 본다. 우리의 하루는 소비로 시작해 소비로 끝난다. 이러한 생활에 제동을 건 사람들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프리건(Freegan)족이다. ‘자유롭다(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무료로(Free)’ ‘얻는다(Gain)’는 뜻도 겸한다. 이들은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몸살을 앓는 지구를 걱정하고 최소한의 소비만을 지향한다. 버려진 건물에서 생활하고 쓰레기통을 뒤져 먹거리를 구하며 자동차나 대중교통 대신 히치하이킹과 자전거, 도보를 선택한다. 극단적인 프리건 운동은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다 불필요한 소비를 끊어내기 위한 실험에 가깝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소한의 규모로 생활을 꾸리며 기본적인 소비만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리건은 이제 미국을 넘어 중국으로 확산 중이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지친 젊은 2030세대가 무소비 운동의 주축이다. 집이나 차를 꼭 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지향한다. 회사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하며 친구들에게 음식을 동냥하거나 대형 마트에서 버려지는 음식을 사냥하는 극단적 프리건도 있지만, 자신이 가진 물건을 SNS에 공유해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시도하며 소비를 지양하는 프리건도 많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일상을 공유함으로써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자연과 사람이 얼마나 황폐해지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쓰레기가 만든 직업들
1년 동안 전 세계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20억 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대기와 땅, 바다로 흩어져 지구를 떠다닌다. 그중에는 아직 쓸모가 다하지 않은 물건도 많다. 미국 텍사스주의 티파니 셰리는 2017년부터 쓰레기통을 뒤져 발견한 물건을 중고 거래로 되팔아 수익을 얻는 ‘쓰레기 다이버’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얻는 수익은 매주 최대 1000달러(약 117만원). 최근에는 250달러가량의 삼성 갤럭시 워치를 찾았다고. 아이 넷을 키우는 그는 @dumpsterdivingmama(쓰레기통 뒤지는 엄마)라는 아이디로 틱톡 팔로워 200만 명, 인스타그램 21만 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그는 자신이 찾은 중고 물품을 주택 마당에서 가라지 세일로 판매하거나 자신의 홈페이지(www.dumpsterdivingmama.com)에 올려 거래한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는 이동식 ‘쓰레기 도서관’이 있다. 3륜차에 책을 가득 싣고 다니는 이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플라스틱 병 하나, 버려진 비닐 하나를 주워 오면 책을 원하는 만큼 빌릴 수 있다. 도서관은 늘 책을 보려는 아이들로 긴 줄이 생긴다. 지역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라덴 로로 헨다르티는 책을 접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놀이 형식을 빌려 책을 읽게 하는 동시에 기후위기와도 싸울 수 있는 방법으로 쓰레기 도서관을 기획했다. 벌써 5년 차에 접어든 도서관에서 매주 수거하는 100kg가량의 쓰레기는 도서관 직원들이 분류해 재활용하거나 판매한다.

느슨한 채식주의자, 리듀스테리언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채식이다. 육류 소비를 줄이면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감축돼 지구 온난화 방지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극단적인 채식주의보다 채식을 위주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육식도 하는 플렉시테리언의 식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채식주의의 엄격함에 겁을 먹고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축소주의 ‘리듀스테리언(Reducetarian)’ 운동이 한창이다. 리듀스테리언 재단의 대표이자 공동 대표인 브라이언 케이트먼이 시작한 축소주의는 기존 식단에서 10%만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한다. 한 명의 완전한 비건보다 100명의 리듀스테리언이 세상이 바꾼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사실 리듀스테리언 이전에도 영국에서는 축소주의 움직임이 활발했는데,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2009년 기후변화협약을 위한 유럽의회에서 제안하면서 널리 퍼진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은 오프라 윈프리, 비욘세, 기네스 펠트로, 엠마 톤슨 등 할리우드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공식 서포터스로 활동 중이다.

오렌지와 감자를 플라스틱에 담을 수 없는 프랑스
더 이상 프랑스 마트에서는 플라스틱에 담긴 채소와 과일을 볼 수 없다. 내년 1월부터 폐기물 방지 및 순환 경제법에 따라 토마토, 바나나, 사과, 오이 등 30여 가지의 과일과 채소에 대한 플라스틱 포장이 금지된다. 프랑스 환경부는 “현재 과일, 채소의 약 37%가 플라스틱 포장으로 판매되는 것을 보았을 때, 플라스틱 포장 금지 조치를 통해 연간 10억 개 이상의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잘라서 판매하거나 무른 과일, 채소의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나, 2026년 6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포함시킬 예정이다. 현재 프랑스는 플라스틱 빨대, 컵, 식기, 스티로폼 포장 박스의 사용을 금지했고 채소, 과일 플라스틱 포장 규제 이후에는 패스트푸드 식당 용기까지 금지할 예정이다.

저탄소 경로로 안내하는 구글맵
구글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낮은 이동 경로 안내 서비스를 소개했다. 운전자는 교통체증 및 도로 경사 등의 교통 상황을 고려해 탄소 배출이 가장 낮은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2분이 더 걸리는 대신 연료 사용은 10% 더 절약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또한 제공한 경로들의 이동 시간이 비슷한 경우 자동적으로 탄소 배출이 가장 낮은 길로 안내한다. 구글은 “해당 서비스로 인해 연간 이산화탄소 100톤 이상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것은 도로 위 자동차 20만 대 이상을 제거하는 효과와 맞먹는다. 서비스는 올해 10월 미국에서 이미 출시했으며 2022년 유럽을 시작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구글은 저탄소 경로 내비게이션 서비스 외에도 저탄소 비행 옵션에 대해 좌석별 탄소 배출량 확인, 쇼핑 품목 에너지 사용 정보량 안내, 호텔 지속가능성 정책 정보 제공 등을 추가로 소개할 계획이라 밝혔다.

새소리로 시작하는 아침 #BreakfastBirdWatch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극도로 제한된 야외 활동만을 이어왔다. 우리는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비 내린 오후 흙 내음처럼 평범하게 누리던 자연을 잃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자연결핍장애(Nature Deficit Disorder)’라는 개념을 확립한 리처드 로브는 자연 체험의 결핍이 집중력 감소, 스트레소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 만큼 그 연결고리가 느슨하거나 끊어졌을 때 느끼는 증상들에 대해 말한다. 미국, 유럽에서는 자연과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그중 영국의 왕립조류보호협회 RSPB(Royal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Birds)는 매일 아침 8시부터 9시 사이 정원이나 테라스, 옥상, 창문에서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해시태그 운동 #BreakfastBirdWatch를 트위터와 페이스북 중심으로 확산시켰다. 사람들은 매일 집 앞으로 찾아오는 새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종류를 검색하고 특징을 공부하며 자신을 둘러싼 자연환경을 이해한다. 영국의 환경학자 엘리너 래트클리프는 단 몇 분이라도 멍하니 앉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나무에 시선을 두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후위기로 느끼는 우울감, 솔라스탤지어
전 세계적으로 홍수, 폭염, 산불과 같이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되면서 우울감, 불안함 등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호주의 환경 철학자 글렌 알브레히트는 이상기온,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부정적 감정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을 ‘솔라스탤지어’라 이름 붙였다. 라틴어로 위안을 뜻하는 ‘솔라키움(Sol´ac˘um)’과 적막감, 황량함의 영단어 ‘데솔레이션(Desolation)’, 고통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알고스(Algos)’가 합쳐진 단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서리치는 ‘노스탤지어’와 달리 ‘솔라스탤지어’는 여전히 고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향수병이다. 즉, 이전과 달라진 환경 때문에 겪는 고통으로 가뭄이나 화재,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삶의 터전이 무자비하게 망가졌을 때 느낀다. 특히 세계 2위 석탄 수출국인 호주에서는 주로 탄광촌 주민들이 이 증세를 호소한다. 2017년 미국 심리학회 에서는 ‘환경 파괴에 대해 만성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를 ‘기후 불안’이라고 규정했는데, 과학자, 농부, 원주민, 청소년 및 청년들이 주로 겪는다. 솔라스탤지어와 기후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 미국에서는 기후심리연맹이나 굿 그리프 네트워크처럼 재해민과 기후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및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담배꽁초와 재활용기를 삽니다
서울 강북구에서는 매주 수·목요일 담배꽁초를 주민센터에 팔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를 운영하기 때문. 수거한 담배꽁초는 1g당 20원, 월 최대 6만원까지만 판매가 가능하다. 강북구청은 수거한 담배꽁초의 필터에서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을 분리해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며, 남은 종이와 연초 부분은 소각해 에너지 회수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프랑스에서는 담배꽁초 필터를 활용해 가구, 벽돌 등을 만드는 기업이 등장했으며, EU는 2023년 1월부터 담배꽁초 수거 및 거리 청소에 드는 비용을 담배 생산 브랜드에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계획을 수립했다. 음식 주문·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포장 용기 전용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배달 용기를 구입한다. 로봇은 투명하거나 흰색의 깨끗한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배달 용기 뚜껑만을 수거하는데, AI가 유색이나 오염, 이염을 감별한다. 수거 가능한 용기를 네프론에 투입하면 포인트가 주어지는데 소스통처럼 작은 것은 5포인트, 탕이나 찜 용기처럼 큰 것은 10포인트를 제공한다. 2000포인트 이상 쌓이면 수퍼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쓰레기를 수집하는 사람들
음료를 마시고 난 후에도 병과 팩을 깨끗이 씻으면 왠지 재활용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원사로 재활용되는 투명한 페트병처럼 뚜껑과 멸균팩, 종이팩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알록달록 앙증맞은 병뚜껑은 플라스틱 방앗간에 기증해볼 것. 서울환경연합에서 운영 중인 플라스틱 방앗간은 크기가 작아 선별장에서 분리되지 않는 페트병 뚜껑을 모아 자잘하게 분쇄하고 압축·사출해 치약짜개, 키링 등 새로운 물건을 만든다. 플라스틱 방앗간의 활동에 동참하려면 홈페이지(www.ppseoul.com/mill)에 방문해 참새클럽에 가입하면 된다. 홈페이지에서는 수거한 페트병 뚜껑을 전달할 방문 예약과 수집 가이드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모아온 플라스틱은 무게에 따라 리워드가 주어진다. 현재 택배 수거는 하지 않고 있다. 멸균팩과 종이팩을 수거하는 ‘멸.종.위기’ 캠페인도 있다. 국내는 멸균팩 수거량이 부족해 수입하고 있는 실정임을 확인한 제로웨이스트 숍들이 함께 힘을 합쳐 수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알맹상점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90여 곳이 넘게 멸균팩과 종이팩을 수거하고 있으며, 자세한 정보는 멸.종.위기 캠페인 사이트(bit.ly/2021_tetra_save)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한편 수거된 멸균팩의 비닐과 은박지는 파이프로, 나머지 펄프는 종이 타월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Contributing Editor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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