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집밥 단골 식재료 어떻게 먹어요?

by sohndesign123

흔하지만 귀하다. 섬이 만들어낸 평범한 듯 비범한 제주 밥상의 단골 식재료들.


 

완숙 전 신맛이 살아 있는 상큼한 풋귤
중복이 지나면 귤을 솎아내야 한다. 바람이 통하고 알이 커지게 하려는 의도다. 예전에는 솎아낸 풋귤을 나무 아래로 떨어뜨려 거름이 되도록 했다. 요즘은 시큼상큼 입맛을 북돋는 풋귤로 청을 담가 음료, 소스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청귤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청귤은 종이 다른 재래 감귤이다. 풋귤은 귤이 완숙되기 전 상태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익은 귤에 비해 2배 이상 함유되어 있다. 풋귤은 말복이 지난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신맛이 절정에 이르고 그 이후부터는 단맛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추석을 기다리게 하는 양하
제주어로 ‘양애’라 불리는 양하는 추석 즈음의 양하 꽃순을 채취해 먹는 것. 제주에선 추석상에 어김없이 양하꽃순무침이 오르는데,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독특한 향이 나는 데다 식이섬유가 많아 질기기 때문에 처음에는 먹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양하가 자줏빛 봉우리를 피우는 가을을 기다리게 된다. 가을 양하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매운맛을 줄인 다음 손으로 찢어 무쳐 먹는데, 향이 진하기 때문에 마늘, 파 등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또 고유의 풍미를 살려 장아찌를 만들어 먹거나 튀김, 산적 등으로도 요리한다. 봄철 양하 새순은 된장국 부재료로 사용하며, 생으로 된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제주인의 삶이 녹아 있는 돼지고기
습한 기후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돼지는 제주 도민과 각별한 사이다. 제주에선 혼례 같은 잔치를 보통 3일 동안 벌이는데, 잔칫날 고기는 누구나 1인 1반이 원칙. 돼지고기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손님의 수에 맞춰 나눈다. 명절, 제삿날에도 돼지를 잡았으며, 내장과 뼈를 함께 삶은 국물에 해초와 메일가루를 풀어 넣어 몸(모자반)국, 고사리해장국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 돼지고기를 평등하게 나누던 풍속에서는 어려운 시절 공동체가 함께 살아갔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먹을거리를 넘어 삶이 녹아 있는 문화인 셈. 제주 지역의 특성상 공해가 거의 없고 육지와 격리되어 악성 가축 전염병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도 장점이다.

사계절 특산물 딱새우
표준명인 ‘가시발새우’보다 ‘딱새우’로 친숙하다. 제주에서 흔히 잡히는 수산물이지만 껍질이 단단해 과거엔 주로 육수용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일본과 유럽의 활용법이 전해지고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딱새우찜, 딱새우라면, 딱새우파스타 등 요리 종류와 맛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사계절 즐길 수 있는 특산물이지만, 예민한 편이어서 잡히면 금방 죽기 때문에 급랭이 필수. 싱싱할 때 회로 먹으면 일반 새우와 달리 특유의 단맛과 함께 속살의 쫄깃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효자 곡물 메밀
고립된 섬에서는 이웃과의 나눔, 자연에 올리는 의례를 중요시 여긴다. 여기에 메밀은 늘 효자 곡물로 꼽혀왔다. 제주어로 ‘모멀’이라 불리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밥, 나물, 수제비, 묵, 만두 등 다채롭게 활용됐다. 메밀을 특히 많이 재배하는 송당에서는 물물교환에도 요긴하게 쓰여왔다. 제주 마을이나 집안의 큰일을 치를 때는 꼭 등장하는 ‘빙떡’은 메밀가루, 소금, 기름으로 만든 반죽을 한장 한장 터지지 않게 얇게 지져서 그 속에 삶은 무를 넣어 돌돌 말아 만든다. 과거에는 빙떡이 부조와 제물로 쓰였을 정도로 귀했고, 지금도 특별한 날에 맛볼 수 있다. 메밀은 음식뿐 아니라 베개 속재료로도 쓰인다. 아직도 제주 어르신들은 메밀 베개를 최고로 친다.

절약과 구황의 음식 톳
제주에서 ‘톨’이라고 부르는 톳은 쌀이 귀한 제주, 특히 해안 마을에서 밥에 섞어 먹는 구황작물이었다. 독특한 식감과 칼슘, 철 등 풍부한 영양을 품고 있는 덕분에 지금은 별미이자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 톳은 1월에서 4월 사이 바닷가에서 돋아나며 자연산 톳은 제법 귀하다. 그래서 마라도에서는 어촌계 조합원이 아니고서는 채취권이 없다. 섬에 사는 할머니에게는 조업이 안전한 북쪽의 톳밭 ‘할망바당’을 주고, 젊은 섬 조합원은 상대적으로 험한 낭떠러지 근처의 톳밭 ‘조합원바당’에서 톳을 딴다. 채취한 톳은 그대로 햇볕에 말리면 소금기가 있어 변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생톳으로 무침이나 쌈, 봄에는 밥, 여름에는 말린 톳으로 냉국과 무침, 가을에는 범벅으로 먹는다.

Contributing Editor 최세진
Photographer 송시영
Food Stylist 김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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