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프랑스를 재현한 르 그랑 콩트롤라이프스타일, 브랜딩, 로컬 문화의 집약체가 된 호텔은 여행 중 하루를 갈무리하는 공간을 넘어 그 자체로 궁극의 여행 경험을 선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패션 하우스의 DNA를 담은 슈발 블랑 파리
디올, 루이 비통 등 럭셔리 패션 하우스를 소유한 LVMH가 프랑스 파리 센강 근처에 오픈한 호텔. LVMH의 여러 쇼룸을 작업한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인테리어를, 파운데이션 루이 비통 팀이 아트워크 큐레이팅을 담당했으며, 호텔의 어메니티는 디올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시가, 호텔리어의 유니폼은 파투의 디렉터 기욤 앙리가 맡아 제작했다. 그야말로 LVMH의 DNA를 함축한 공간으로 초콜릿 디저트 하나에도 그들이 지향하는 품위가 담겨 있다. 호텔에는 객실 72개 외에도 디올 스파,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이끄는 다이닝, 럭셔리 브랜드 쇼룸 등이 자리한다.
재개장한 몬트리올 메리어트 샤토 샹플랭
1967년 세계 박람회 당시 캐나다의 대표 건축가 로저 다스투스(Roger D’Astous)가 설계한 이곳은 128m, 38층 높이로 한때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자 랜드마크였다. 특히 층마다 늘어선 반달 형태의 창문이 호텔의 상징과도 같았다. 지난해 레노베이션 후 재개장했는데 겨울 도시에 걸맞은 낮은 채도의 컬러, 반달 형태를 반영한 아치 인테리어와 겨울 정원을 모티프로 한 아트워크 컬렉션으로 꾸몄다. 지역의 색채와 함께 주민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호텔의 위용을 디자인에 담아낸 것.
도시 재생으로 탄생한 스칸딕 그랜드 센트럴 헬싱키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엘리엘 사리넨(Eliel Saarinen)이 100여 년 전에 지은 헬싱키 중앙역.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꼽히는 헬싱키 중앙역 앞에는 행정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핀란드 문화유산청과 건축 스튜디오 아키텍츠 소이니 & 호토가 협업해 옛 건물들의 정체성을 복원하고 스칸딕 그랜드 센트럴 헬싱키 호텔로 오픈했다. 기차, 버스, 지하철이 모두 오가는 역사 맞은편에 위치해 관광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텔이다. 건축가는 건물의 복도, 계단, 사무실 집기 등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복원하되 북유럽 디자인 특유의 컬러풀한 세련미를 놓치지 않았다.
알프스 차경의 정수, 7132 호텔
1000명 미만의 주민이 사는 스위스의 발스(Vals). 알프스산맥 깊은 곳에 자리한 덕에 고요하고 천혜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온천과 광천수로 유명한 지역은 매년 스파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 에게 새로운 스파의 설계를 요청했고 그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 톰 메인, 구마 겐고와 함께 7132 호텔을 완성했다. 8개의 온천과 객실들을 정제된 인테리어로 완성해 알프스의 풍경을 내부로 최대한 끌어들였으며, 특히 발스 전경이 그림처럼 창으로 드는 펜트하우스 스위트와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세계 부호들이 가장 사랑하는 객실로 꼽힌다.
올드 프랑스를 재현한 르 그랑 콩트롤
베르사유궁전 안, 당대 프랑스 귀족과 예술가들이 머물던 건물인 ‘르 그랑 콩트롤’이 호텔로 재탄생했다. 럭셔리 호텔 체인 에렐(Airelles)은 1681년 ‘거울의 방’을 만든 바로크 시대 건축가 쥘 아르두앙 망사르가 설계한 이 건축물을 스위트룸 7개, 일반 룸 7개의 호텔로 레노베이션했다. 당대 미술 작품을 곳곳에 두고 피에르 프레이의 화려한 패턴 벽지와 패브릭으로 마감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투숙객들은 일반 관람객이 방문하지 않는 시간에 궁전을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다.
숲속의 오두막 48° 노드
목가적인 풍경에서 친환경적인 투숙을 하고 싶다면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48° 노드를 선택할 것. 건축을 위해 단 4그루의 나무를 베어내고 주위에 1000그루를 더 심은 호텔의 행보에서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호텔은 노르웨이의 작은 별장 히테(Hytte)에서 영감을 받아 2헥타르 규모의 숲에 오두막 객실 14개로 완성했다. 건물마다 방향을 달리해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창으로 너른 숲이 들도록 했다. 또한 야외 자쿠지와 사우나를 갖춰 더욱 깊은 쉼을 유도한다.
예술적 에너지로 가득한 더블유 오사카
W 호텔이 최초로 일본에 진출했다. 글래머러스한 인테리어와 도시의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W 호텔이 역동적인 도시 오사카를 선택한 것.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검은 모노리스 파사드의 건물과는 정반대로 내부는 대담한 색채와 그래픽, 네온사인으로 에너제틱한 인테리어를 구현해 W 호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W 호텔을 상징하는 WET 바와 함께 다이닝 역시 창의적인 일본의 철판구이 데판야끼 미도(Mido), 오마카세 스시 유키요(Sushi Ukiyo) 등으로 일본 현지의 소울 푸드를 맛볼 수 있게 구성했다.
예술가의 아틀리에를 재현한 에이스 브루클린
한 도시에 호텔을 하나만 오픈했던 전례를 깨고 에이스 호텔이 뉴욕에 두 번째 호텔 에이스 호텔 브루클린을 오픈했다. 에이스 호텔 그룹 회장 브래드 윌슨은 브루클린이 지닌 예술성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브루클린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라 언급하기도 했다. 말끔한 인테리어 대신 예술가의 아틀리에처럼 꾸민 호텔은 모더니스트 조각가 스탠 비터스(Stan Bitters)의 이중 높이 세라믹 설치물을 포함해 곳곳에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두었다. 또한 공예품과 미술 작품을 객실에도 배치해 예술과 문화를 위한 공간임을 부각했다.
과거로의 타임머신, 노마드 런던
1881년 코벤트 가든 지역에 세워진 법원과 경찰서 건물에 럭셔리 부티크 호텔 노마드 런던이 들어섰다. 런던 ‘더 네드’, 로스앤젤레스의 ‘더 라인’, 노마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까지 개성적 디자인의 부티크 호텔을 이끄는 시델(Sydell) 그룹의 새로운 호텔 중 하나다. 빅토리아 시대와 1920년대 뉴욕 재즈 시대를 결합한 룸 인테리어는 보태니컬 패턴의 벽지와 다마스크 패브릭이 고아한 매력을 풍긴다. 특히 연회장 벽은 프랑스 화가 클레어 바슬러(Claire Basler)의 벽화로 꾸며 고전적인 분위기에서 식사와 행사를 즐길 수 있다.
궁극의 럭셔리, 원 & 온리 포르토노비
지역만의 특별한 매력이 스미거나 경관이 뛰어난 곳에만 호텔과 리조트를 건설하는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원 & 온리가 강원도 규모의 작은 나라 몬테네그로에 문을 열었다. 오래전부터 동유럽 귀족들의 휴양지로 꼽히던 이곳을 원 앤 온리가 유럽 첫 진출지로 선택한 것은 아름다운 절경과 윤슬이 반작이는 아드리아해를 객실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 천혜의 자연환경과 고급 마감재로 완성한 리조트가 어우러져 궁극의 휴식, 럭셔리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아프리카 대자연에서의 하룻밤, 라이언 샌즈 게임 리저브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속 주인공 캐런처럼 아프리카의 광활한 자연과 동식물을 경험하고 싶다면 라이언 샌즈 게임 리저브로 향할 것. 호텔은 아프리카 코끼리, 버펄로, 사자 등이 서식하는 크루거국립공원의 경계와 맞닿아 물을 마시거나 먹이를 먹으러 온 동물들을 객실에서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객실은 독채 롯지와 빌라 2가지 타입이고 나무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야생의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트리 하우스가 있다. 해 질 녘 트리 하우스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야생동물을 바라보며 낭만적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불가리의 헤리티지가 담긴 호텔
불가리가 프랑스 파리에 일곱 번째 호텔을 개장했다. 현대적면서도 고혹적인 불가리의 패션 아이덴티티를 담은 호텔은 특히 수영장과 스위트룸이 아름답다. 수영장은 에메랄드, 옥 등의 모자이크 타일이 금빛 벽체에 반사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스위트룸은 가구부터 업홀스터리까지 섬세한 미감으로 골라 흠잡을 데가 없다. 또한 파리에서 오픈한 만큼 예술과 문화에 집중한 면모를 보인다. 지오 폰티의 도자기 컬렉션, 불가리의 빈티지 광고 캠페인, 패션 하우스에 관한 도서들이 호텔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Contributing Editor 유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