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어떤 집에 살까? 작가의 책상은 어떤 공간에 놓여 있을까? 집과 공간에 스며든 전문가들의 취향을 향수병처럼 품은 책
일곱 권을 모았다. 이 흥미로운 일곱 권의 제안은 독서와 문화의 공간, 소전서림(素磚書林)의 김진경, 윤한솔 북 큐레이터가 전해왔다.
«작가의 책상» 질 크레멘츠, 위즈덤하우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구는 무엇인가? 꿈을 꾸는 이는 분명 ‘책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작가의 책상»은 질 크레멘츠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56인의 책상을 흑백사진으로 기록한 책이다. 마치 모든 드리머(Dreamer)를 위한 세상인 듯한 이들의 책상을 구경하고 있으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Good for 자기만의 방은 없어도, 자기만의 책상이 필요한 아무개에게!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반니
‘식집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식물을 애지중지 돌보는 사람을 일컫는다. 물시중 들다 하루가 다 간다는 요즘의 식집사들처럼 헤르만 헤세 역시 “정원 가꾸는 일은 놀이 삼아 하면 즐겁지만, 생활과 의무가 되면 즐거움이 사라져버린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세가 정원을 가꾸며 느낀 지극한 즐거움과 기쁨이 전해지는 책.
Good for 식물 기르기를 시작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페터 춤토르 분위기» 페터 춤토르, 나무생각
건축에도 육체와 정서가 있다면, 이 책은 후자를 다루고 있다.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우리를 둘러싼 ‘분위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엇이 나를 감동시켰을까? 모든 사물 그 자체. 사람들, 공기, 소음, 소리, 색깔, 물질, 질감, 형태. 내가 인식한 형태.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형태”라고. 시각, 청각, 후각, 촉각과 육감까지 다양한 자극을 공간 중심으로 소개한다.
Good for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근사한 공간을 꿈꾼다면?
«더 컬렉터스 The Collectors» 강희경, 1984
공간을 채우는 건 벽지와 타일, 가구와 조명.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이것’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서도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낸다. 정답은 바로 예술 작품! 저자 강희경 아트 컨설턴트가 뉴욕 컬렉터들의 집을 소개한다. “평범한 소파 위, 히로시 스기모토의 에디션 하나가 걸려 있다면 주변은 분명 특별해질 거예요.”
Good for 예술을 사랑하고, 그와 함께하는 공간을 꾸미고 싶은 당신에게!
«공간의 종류들» 조르주 페렉, 문학동네
건축가의 자유가 대지 위에 있다면, 작가의 자유는 종이 위에 있다. 정교하고 세련된 집을 짓듯 조르주 페렉은 능숙한 솜씨로 종이 위에 글을 짓는다. 방, 건물, 거리, 도시 등 공간을 꿰뚫는 페렉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느낄 수 있는 책. 공간을 관찰하며 소설을 구성하는 상상력도 엿볼 수 있는 ‘공간’에 관한 작가의 진지한 숙고도 담겨 있다.
Good for 나만의 공간 철학을 구축하고 싶은 당신에게.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비채
노건축가 무라이 스케와 젊은 건축가가 여름 별장에서 보낸 일 년 남짓한 세월을 다룬 소설. ‘디테일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고, 모든 것이 최대한 합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무라이 스케 사무실의 분위기를 보며 건축이란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고, 때로는 기능을 넘어 인간의 삶 자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Good for 마음속 깊이 각인된 ‘어떤 곳’이 있는 분들에게.
«건축가가 사는 집» 나카무라 요시후미, 디자인하우스
“건축가는 자택을 설계하면서 이상이나 사상, 신념뿐만 아니라 지식, 경험, 기술, 아이디어, 감각, 미학, 그리고 때로는 인생관, 재능, 인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남김없이 표명할 수 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에는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진짜 모습’을 남겨두지 않을까? 공간을 설계하는 이들의 집에 남겨진 ‘공간의 정수’가 무엇인지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며 일본, 미국, 멕시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여러 나라 속 건축가의 집에서 전문가의 취향을 엿보길!
Good for 전문가의 ‘한 끗’이 궁금한 당신에게!
소전서림 素磚書林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이라는 뜻의 소전서림은 책을 통해 지성과 교육을 기르는 독서 공간이다. 방문객은 1인 서가에서 행복한 고립감을 맛볼 수 있고, 때때로 소전서림의 제안을 따라 새로운 관점을 만날 수 있다. 아트 살롱으로 변신하는 공간에서는 인문학 강연과 공연, 낭독회를 통해 살아 있는 예술을 나눌 수도 있다. 소전서림은 화요일~토요일은 오전 11시부터 23시까지, 일요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18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월요일은 휴무.
Contributing Editor 신이서
Photographer 박나희